작성일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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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
타로 이근화
미래는 궁금하지 않은 척했지만 나는 지금 조금 떨린다 알 수 없는 카드들 죽 펼쳐지고
나의 시간에 깊숙이 손을 넣어 본다 손이 미끄러워 잘 잡히지 않는다 비밀 서랍을 열 듯 조심스럽다
행복과 불행을 따져 묻는 것은 아니다 잠깐 어지러운 사이 인과 관계가 없는 일들이 단단히 묶인다
왕과 피에로의 웃음 지팡이와 새싹의 시간 달과 구름과 바람의 신비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무엇도 될 수가 있겠지 (슬픈 삼각형 웃긴 사각형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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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네요. 오늘은 겨우내 쓸려 내려간 흙들을 쓸어올리고, 태양 빛에 삭아버린 거름 포대들을 정리했습니다. 몸이 자꾸 움직이려 하는 걸 보니, 봄이 몸에게 자꾸 말을 거는가 봅니다. 마음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데, 몸은 자꾸만 밖을 향합니다. 새해가 되자마자 B형 독감에 걸렸는데, 거의 일주일을 누워만 지낼 정도로 증상이 심했습니다. 고열에 시달리면서 천장을 보고 있으니 괜한 억울함이 솟았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이렇게 아프다니.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추스르니, 어느새 봄이 코앞까지 와있습니다. 졸면서 버스를 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좀 더 창밖을 보고 싶었는데, 벌써 내리라고 하네요. 아쉬워도 이미 가 버린 시간을 어쩌겠습니까. 명절이 지나면, 또 착실하게 봄을 준비하며 살겠지요. 밭이 있으면 가만히 놀릴 수 없고, 밭에 심어 놓은 게 있으면 절대 허투루 할 수 없는 것이 농부 마음입니다. 그게 무겁든지 가볍든지 농부의 무게는 반드시 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로 열세 번째 농사입니다. 나이도 어느새 이십 대의 끝자락을 살고 있네요. 열세 번째 농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사일은 고되고 어렵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막막하기도 합니다. 갈수록 날씨는 따라주지 않고, 농사가 잘 안되니 수확하는 재미도 확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 미래에서 농사가 점점 흐려지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십 년 후에도 여전히 밭에 서 있을 수 있을까요? 흐린 것들 사이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제 몸이 봄을 선명히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돋아나는 새싹에 눈이 가고, 훈훈해진 바람을 맞으면, 거름 넣을 때가 왔구나 싶습니다. 해마다 마음을 앞질러 가는 봄을 따라가기 버거울 때도 있지만, 봄이 나를 기다려 준 적은 없었고, 저도 그 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삼십 대 언저리가 되면,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을 줄 알았더니 삼십 대에는 삼십 대 고민이 또 있나 봅니다. 오늘 밭에서도 마음이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여전히 농부의 마음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흙을 만지고 나니, 이제 새해가 왔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벌써 봄은 시작되었는데 어쩌겠습니까. 올해도 힘을 내봐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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