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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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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야로 금평마을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겨울 끝자락의 하늘 아래, 잎을 모두 떨군 채 드러난 가지들은 마치 굵은 줄을 휘어 감은 모양새로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굵은 몸통은 텅 비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무언가를 단단히 품고 있는 모습이다. 그 기세를 종이 위에 옮겨두고 싶었다.

 

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나무의 몸통은 묵직한 온기를 간직한 듯했고,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새겨진 껍질, 비틀리고 갈라진 줄기, 땅을 움켜쥔 뿌리까지. 그것은 한 마을의 시간을 통째로 안고 있는 형상으로 보인다. 겨울나무는 끝이 아니라 준비하는 시간일 것이다. 가지 끝마다 맺혀 있을 작은 눈들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봄을 향해 숨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나무도 고요 속에서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그래서일까, 앙상한 가지 사이로 스미는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무의 결을 눈으로 빠르게도 천천히도 선을 그었다. 급하게 채우지는 않았다. 기다림의 시간을 닮은 나무이니, 그림 또한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한 선 한 선 옮길 때마다 곧 봄이 온다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금평마을 느티나무는 그렇게 말없이 서서 계절을 건넌다. 우리는 늘 꽃이 핀 모습만을 기다리지만, 사실 봄은 이미 이 고요한 준비 속에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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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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