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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6-02-21

재해 복구 명분 삼아 심화된 토건 중심의 예산, 이대로 괜찮은 건가?

- “2026년 합천군 본예산에 던지는 질문

 

2026년 합천군의 본예산은 8,884억 원. 전년도보다 무려 20.5%가 증가한 역대급 예산이다. 얼핏 보면 활기찬 군정의 증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놓쳐선 안 될 질문이 생긴다. 과연 이 예산은 군민의 삶을 되살리는가, 아니면 행정의 오래된 관성을 덧칠하고 있는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해복구명목의 예산 급증이다. 안전총괄과는 1,688억 원을 배정받아 전체 예산의 19.5%를 차지하게 됐다. 작년 수해로 피해를 입은 군민들에게는 분명 절실한 예산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지금도 복구조차 완료되지 않은 채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이 예산은 말 그대로 생명줄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합천은 묻고자 한다. 이 막대한 복구 예산은 정말로 그분들의 삶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오랜 시간 군정이 추진해온 토목 사업을 이번 기회에 밀어붙이기 위한 것은 아닌가? 예산서 속 수백억 원 규모의 하천정비, 도로개설, 제방축조 사업들이 주민 피해 복구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감리비만 126억 원에 달하는 공사성 예산은 누구의 필요를 위한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복구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토목건설자본의 욕망을 채우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복구는 단순히 콘크리트를 다시 붓는 일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복구 예산은 물리적 시설만이 아니라 사람과 관계, 시스템에 투자되어야 한다. 복구계획 수립 과정에 피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민관 공동점검단을 구성해 예산의 우선순위와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편성된 예산은 복구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지역 내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복구 중심 예산 편성은 다른 영역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2026년 본예산에서 사회복지 분야는 예산 증가율이 8%에 그쳤고, 전체 구성비는 2% 가까이 줄었다. 특히 청년, 아동,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여전히 복지는 노인과 시설 위주이며, 변화하는 복지 수요에는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경제 분야는 전년보다 21.8% 감소했고, 지방소멸대응기금도 28.5%나 줄었다. 인구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앞에 두고 있는 합천이 정작 전략 없이, 대응 없이 그 기금을 놓친 것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어려운 지역의 현실을 헤쳐나갈 동력을 잃게 되는 중대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본지출이 전체의 47%에 달하는 이 예산은 합천의 방향을 말해준다. 복구를 이유로 건설을 확대하고, 그 건설은 다시 재난을 부를 수도 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 아니라 더 뚜렷한 전략이다. 진정한 복구는 사람에게 투자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며, 예방적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함께하는 합천은 군정에 요구한다. 주민의 눈높이에서, 주민의 삶을 중심에 둔 예산으로 복귀하라고. 지금 우리가 만드는 예산은 단지 수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합천의 미래를 짓는 일이다. 방향이 잘못되면 그 크기마저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를 쓰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이, 바로 내일을 준비하는 시작이다.

 

| 함께하는 합천

(함께하는 합천은 합천의 지역 현안과 정책을 주민의 시선에서 살펴보고 공론화해 온 시민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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