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03-06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
정월대보름이다. 달은 둥글게 차오르는데 바람은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매섭다. 연휴 내내 찬 기운이 골목을 비집고 다녀 어반스케치를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3월을 시작하는 첫날만큼은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달력 한 장이 넘어가는 일은 사소해 보여도, 마음에는 작은 기척을 남긴다. 무언가를 시작하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등을 떠미는 기척 말이다.
점심시간, 길지 않은 틈을 붙잡아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눈앞의 나무는 아직 마르고 앙상했다. 가지 끝마다 겨울의 시간이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스치면 가늘게 흔들릴 뿐, 아직은 초록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뭇가지 위에 조심스레 색을 얹어 본다.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먼저 불러보듯, 연한 초록을 한 겹 두 겹 입혔다. 현실의 풍경은 차갑지만, 마음은 먼저 봄으로 건너가 본다. 그림 속 나무는 조금 이르게 새순을 틔웠다. 바람 속에서도 기어이 돋아날 잎사귀들을 상상하며 선을 긋다 보니, 손끝의 감각이 서서히 풀린다.
어반스케치는 거창한 준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 한 장의 종이, 그리고 지금의 마음이면 충분하다. 봄은 아직 멀리 있는 듯하지만, 기다리는 마음만은 이미 푸르게 번지고 있다. 3월을 시작하는 오늘, 나는 그렇게 한발 먼저 봄을 그려 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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