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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3-08

합천군의 2025년도 예산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깊은 아쉬움이 밀려든다. 기획예산담당관과 미래성장활력과, 이 두 핵심 부서의 예산은 언뜻 보기엔 그럴듯해 보인다. 예산 규모도 적지 않고, 군정홍보와 각종 성장사업에 다양한 항목이 열거되어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정말 준비해야 할 합천의 미래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획예산담당관의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군정홍보". 전광판, 영상물, 유튜브, 광고까지... 군정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알리기 위한 예산이 무려 15억 원에 달한다. 전광판 하나만 해도 읍내에 설치된 크기와 수를 감안하면 단순한 문자 표출을 넘어선 대형 홍보 설비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서에는 'LED 문자전광판 교체'4천만 원만 반영되어 있다. 실제 비용이 분산되었거나, 다른 항목으로 편성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와 별개로 언론사 콘텐츠 사용료, 편집대행료, 정보서비스 사용료 등 언론 관련 항목에만 1억 원 이상이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 영상 제작, SNS 운영비, 각종 행사홍보와 웹드라마,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홍보예산은 20억 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인구 4만도 되지 않는 군이 이토록 과도한 홍보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정성과를 외부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정치적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냉정히 되짚어야 한다.

 

미래성장활력과의 예산 역시 이름에 걸맞은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전체 예산 316억 원 중 과반이 농촌협약, 생활여건개선 등 국비 보조 공모사업이다. 자체 전략기획이나 중장기 비전 수립과 관련된 예산은 사실상 전무하다. 인구정책은 여전히 출산장려금과 전입장려금 같은 일회성 지원에 머물고, 청년정책은 행사와 소모임 운영비로 대체된다. 특히 인구정책 19억 중 15억 이상이 현금성 지원이라면, 그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합천의 청년은 어디에 모여 어떤 꿈을 꾸는가? 청년센터, 창업지원, 주거 정책, 농촌 귀농 청년 플랫폼과 같은 공간과 네트워크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돈을 주고 합천으로 오게 하는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이미 여러 군에서 증명된 바다.

 

과거에는 '미래전략과'라는 이름으로 중장기 전략을 고민하던 조직이 있었다. 지금은 그 기능이 기획예산담당관이나 미래성장활력과로 흩어졌지만, 실질적 전략 설계는 실종된 상태다. 조직은 있지만 기획은 없다. 사업은 있지만 비전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누가 군수가 되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그릴 수 있을까.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많은 후보들이 합천의 미래를 말할 것이다. 인구 3만 시대를 대비하고, 농촌의 활력을 회복하겠노라 공언할 것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행정의 조직은 과연 그 말에 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행정이 어제의 방식을 답습한다면, 군수가 바뀐다고 해서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우리에겐 보여주는 행정이 아니라 설계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홍보가 아니라 전략이 우선되어야 한다. 합천의 예산은 미래에 대한 기획이 아니라 당장의 실적을 쌓기 위한 목록이 되어선 안 된다. 군민의 삶은 홍보로 바뀌지 않는다. 정책과 기획, 그리고 용기 있는 선택으로 바뀐다.

 

| 함께하는 합천

(함께하는 합천은 합천의 지역 현안과 정책을 주민의 시선에서 살펴보고 공론화해 온 시민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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