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2-11-07
지난 9월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으며 쌀값 보장을 외쳤다. 농민의 목숨값이라고 하는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산지 쌀값은 80Kg 기준 16만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만원대와 비교하면 무려 24% 넘는 하락폭이었다. 반면 쌀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28.4% 증가했다. 생산비 폭등과 쌀값만 빼고 다 오른 것을 감안하면 사상 유례가 없는 쌀값 폭락이다.
우리나라 전체농가의 51.8%가 벼농사를 짓고 있고, 농업소득의 33.9%를 의존하는 쌀은 농민 생존권과 직결된다. 그런 쌀값이 껌값, 개사료, 자판기 커피보다 못하다. 껌값을 쌀 한 가마 무게인 80kg로 계산하면 195만원 정도이니 쌀값과 12배 차이가 난다. 쌀이 껌값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농해수위 상임위를 통과했다. 16조 4항의 내용 중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이상 넘게 떨어지면 매입할 수 있다라는 임의조항을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비록 농민이 요구하는 근본 대책과 전면 개정의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진일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은 전면개정이 아니라 일부개정이며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 지엽적 대책인 이번 개정안마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느니 농업발전을 저해하는 ‘농업고사법안’이니 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대통령이 되면 농업·어업·축산 정책과 예산을 직접 챙기겠다.”면서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내세웠던 호기로움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농민이 과잉 생산해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 현재의 쌀값 사태가 발생한 게 아니다.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매년 수입하는 외국쌀 40만8천7백톤은 국내 소비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쌀만 중단해도 문제 해결의 큰 실마리가 풀리면서 농민이 요구하는 근본 대책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국가가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니 농민들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 “내년에도 농사짓자”라며 11월 16일 전국농민대회를 준비 중이다. 전국 곳곳에서 나락을 기부하고, 대회 동참을 약속하며 십시일반 힘을 모으고 있다. 식량주권을 빼앗긴 국가의 미래는 없다. 농민의 목숨값을 제대로 보장해야 식량주권도 지킬 수 있다. 농민 생존권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나락 1가마 후원을 받으며 상경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합천군농민회에 격려와 응원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강순중(전농 부경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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