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7-29
합천군농민회 최현석 사무국장
쌀값 하락이 심상찮은 모양새다. 합천지역 일선의 농협에서조차 일제히 “정부는 쌀값 20만원 보장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걸 보면 2021~22년의 쌀값 대폭락 상황에 비견한 상황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작년 수확기에 80kg기준 20만원이 넘었던 산지 쌀값이 줄곧 내림세를 타더니, 현재는 17만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와 심지어 몇몇 RPC에서는 더 이상 나락수매를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현장은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의 양곡정책은 안일해 보인다. 지난 6월 21일 정부는 정부매입 5만톤, 농협 소비촉진 10만톤이라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농협에게 책임없이 일방적으로 떠넘긴다는 비판과 더불어, 농협 소비촉진이 ‘격리’가 아닌 ‘방출’이다 보니 쌀가격을 더욱더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쌀값 하락의 주된 요인에 대해 정부는 쌀 소비부진 탓이라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무엇보다 현재 양곡관리법상 “수요량 대비 쌀 초과 생산시 시장격리를 할수 있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시장격리가 제때에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올해 초부터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어왔으나 정부는 애써 외면해 왔고, 뒤늦게 6월 중순경 정부매입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부매입량 또한 고작 5만톤에 지나지 않아 시장격리 효과를 제대로 볼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확기를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 정부의 시장격리 발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매년 어김없이 들여오는 40만 8천 7백톤의 TRQ수입쌀 때문이다. 우리나라 쌀 총생산량의 13%를 웃도는 수입쌀 탓에 해마다 쌀 초과생산을 탓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며, 수입쌀 탓에 쌀값 하락은 해마다 번복,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2023년 수입쌀에 대한 정부예산이 5600억에 이르고 있으며, 환율 상승으로 해마다 그 예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쌀 초과생산에 따른 시장격리 예산의 제대된 편성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쌀관련 정책은 모든 것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하겠다.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제정이 절실한 때이다. 22년처럼 때늦은 시장격리가 아니라, 안정적인 구조에서 안심하고 농사 지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들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여 할 때이다.
그럼에도 지난 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농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진데, 최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의 양곡관리법에 대한 발언은 두 귀를 의심케 한다. 농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을 “농업을 망치는 법”으로 규정하고 시장격리의 법리화는 있을 수 없는 일로 규정하였다. 참담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쌀값 폭락 위기가 해마다 반복, 되풀이 되는 상황임에도 제도개선이 없다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야 말로 “농업을 망치는 장관”으로 기억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대로된 양곡관리법 제정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쌀과 농민의 생존을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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