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11-22
[사설] 뜻 모를 ‘위드 코로나’ 일본식 영어 대신 ‘단계적 일상회복’ 우리말로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서면서 부쩍 우리 주변에서는 특히 언론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정작 국민들 중에는 이 말이 무슨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With Corona’로 영어로 표기되는 용어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이 용어의 의미는 현실적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워낙 확산되었고,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해결 방법이 없어 코로나 감염병이 상시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현실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10월 한글날을 맞이했던 우리가 여전히 일본말 따라하기를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하는 현 모양새이다. ‘With Corona’라는 영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Coexist with COVID 19”가 올바른 표현이다. ‘위드 코로나’는 ‘콩글리쉬’도 아니며,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의 산물이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엉터리 영어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에 비판적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한글이라는 자랑스런 언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근거없는 일본말까지 배끼는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특히, 우리말을 가장 잘 알려야 할 언론에서 먼저 무분별하게 가져와 사용하면서 확산되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라는 말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공식적인 장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일제 식민지 시절을 거치며, 우리 언어사용에는 일본말들이 많이 섞여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정리가 이뤄져 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의 일본어 베껴쓰기는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이다.
우리 정부가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대체말을 내놓고 쓰고 있지만, 한번 맛들이고 퍼진 말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혼용되고 있어, 우리말 쓰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이외에도 ‘코로나 19’라는 용어도 국제 표준 용어가 아니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2월에 ‘코비드-19(Covid-19)’를 공식적인 명칭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코비드-19(Covid-19)’는 ‘Corona virus Disease 2019’의 줄임말로서 ‘19’는 2019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럼에도 특히 언론보도를 보면, 공식 명칭이 아닌 ‘코로나 19’라는 용어를 여전히 남발하고 있고, 국민들도 잘못된 용어를 공식 명칭처럼 사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코비드-19’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 명칭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영어식 이름이 긴 편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라는) 한글 표현을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비드-19’보다 ‘코로나-19’가 특별히 더 쉬운 말도 아니고, 더구나 ‘코비드-19’나 ‘코로나-19’ 모두 새롭게 생긴 ‘신조어’다. 따라서 굳이 국제 표준 용어인 ‘코비드-19’를 포기하고 ‘코로나-19’라는 용어에 집착을 보일 필요는 없었으리라. 현재 ‘위드 코로나’라는 일본식 영어도 방역 당국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해볼 때, ‘관성적으로’ 혹은 ‘기존의 관행에 의해’ 일본식 명칭을 그대로 따랐지 않았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어떤 특정 질병에 대해 국제적 표준 용어로부터 벗어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결국 정보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수준을 크게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 일본에서 ‘애프터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혹시 이 말들도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을까 해서 조사해보니 이미 그 말들이 들어와 쓰이고 있다. 일본이 자의적으로 만든 이런 ‘잘못된’ 용어들, 왜 우리가 계속 따라 써야 할까? 이제 그만 둬야 할 때다. 우선 정부 차원의 ‘일본말 따라 하기’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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