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12-20
[독자기고] 학교문법으로 남명의 사상을 마주하는 날이 다가옴에 설레게 된다
차시호 교육학박사/장학관
지난 11월 1일 경남도의회에서 ‘경상남도교육청 남명사상 교육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발의가 8일 진주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남명사랑’ 회원들과 남명사상 진작을 위한 간담회에서 박종훈 교육감은 지역교과서에 실어 남명정신을 교육하겠다는 말씀으로 이어졌다.
23일 남명의 고향인 합천에서는 용암서원에서 ‘남명 조식 교과서 수록 촉진 운동 발대식’을 개최하게 되어 성리학에 대한 기존의 정치적 또는 종교적 접근에서 벗어나 교육적 활용을 위한 노력은 아주 고무적이라 하겠다. 필자는 그동안 남명을 선배 교사로서 존경했으며 그의 가르침을 학교 현장에 녹여 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당장 학생들에게 가르칠 방안을 고려해 보자.
최석기 교수는 남명집에서 선생은 신명사도를 그려 심성수양의 요점을 도식화 했는데, 경(敬)을 통한 내적 존양(存養), 의(義)를 통한 외적 성찰(省察), 그리고 사욕(私慾)을 즉석에서 물리치는 극치(克治)로 3단계 수양론으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한 장짜리 도식은 공부할 방향을 이끄는 선행조직자이며 교육내용으로서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존양, 성찰, 극치의 수양 과정은 현재의 인성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이홍우 교수는 오랫동안 망각된 성리학은 ‘교육과정 이론’으로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고 했다. 아마도 성리학이 삶과 연계되어 ‘삶이 곧 교육’이고, 가르치는 자가 ‘자기 교육’으로 익혀 배우는 자에게 가르쳐 교수자와 학습자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남명의 사상을 기반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비하는 지역형 교육과정으로 특색있게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11월 24일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자기 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성과 시민성의 핵심 가치 중심으로 인간상을 재구조화 했다. 자기 주도성은 자기관리 역량의 기반이며 포용성과 시민성은 공동체 역량으로 깊이와 넓이가 다르지만 남명이 강조와 경(敬)과 의(義)와 매우 관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에 대비하여 마스크를 쓰는 것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지만, 또한 감염된 바이러스를 남에게 전염시키지 않으려고 쓰기도 한다. 즉 마스크의 앞면은 자기관리를 위한 경(敬)이며 뒷면은 남을 보호하기 위한 의(義)로서 경(敬)·의(義)가 한 몸인 것이다. 남명은 경(敬)을 해에 의(義)를 달에 비유 했는데 역량 중심의 2015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따라서 경남형 교육과정에는 경(敬)·의(義)를 바탕으로 한 자기관리 및 공동체 역량이 기본이 되는 것이 타당하고, 이(理)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기(氣)에 해당하는 교과서에 수록하거나 지역화 교재를 만드는 것이 자연(自然)스럽다.
물론 현재도 남명사상을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국어시간에 16세기 ‘국순당’ 같은 의인화 소설과 함께 김우웅의 ‘천군전’을 읽을 수 있겠다. 천군전은 남명이 신명사도를 그린 후 제자인 동강 김우웅에게 그림을 잘 나타내는 소설을 쓰게 하여 탄생한 글이다.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중학생들도 읽고 자신의 감정 변화-기(氣)에 해당-를 알고 평정심-이(理)에 해당-을 찾아가는-자득(自得)에 해당- 인성교육 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어렵고 따분한 대학 및 유교 문법을 벗어나 학교문법으로 남명의 사상을 마주하는 날이 가까이 온다니 괜히 설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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