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12-20
[독자기고] 일해공원 명칭 논란, 임기 내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증명하기를 촉구한다
고동의(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간사)
불과 보름만에 1,500여명의 군민들이 공원이름을 바꿔달라는 주민발의에 동참했다. 주민발의는 지명의 제정·변경 등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군민의 목소리를 전달하여 새해를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민발의를 서둘렀다. 짧은 시일에도 불구하고 알음알음으로 1,500여명 청원인으로 참여하였다는 것은 공원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군민들의 열망을 반증한다.
사실 일해공원이 관련법과 규정을 어기고 절차조차 건너뛴 것이라 군수는 지명을 다루는 지명위원회를 열어서 심의해야 할 사항이었다. 군수가 지명위원회를 개최하면 생업에 바쁜 군민들이 동분서주하며 주민발의를 할 이유가 없었다. 주민들을 편안하게 하려고 세금 들여서 그 행정을 맡겨놓은 것인데 도리어 주민을 힘들게 하니 밥 팔아 똥 사먹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은 늘 입만 열면 법과 절차를 부르짖다가 왜 이 사안은 법과 절차대로 해달라는 요청에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이 없는가?
주민발의 청원인을 모집하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원이름에 다양한 제안을 듣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남명공원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마침 군의회는 남명 조식선생 역사 교과서 수록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일해를 고집하는 대표적 단체인 유림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는 의견이었다. 어떤 이는 사람 이름은 또 다른 분란을 낳을 수 있으니 황강의 고운 모래를 상징하는 은모래 공원이 어떠냐며 예쁜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우리는 군민들이 일해로 바뀌기 전 사람들의 입에 익은 생명의 숲으로 주민발의를 하였지만 그것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해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공원은 부자든, 빈자든, 보수든, 진보든 계급계층 이념과 관계없이 모두가 어울리고 쉬는 공간으로 공동체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이름 하나 때문에 그 기능을 못하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깝다. 그것도 무려 14년 동안이나.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일해라는 이름을 지우기 위한 노력이 공원의 공동체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쏟게 되면 따뜻한 어울림으로 풍성해지는 공원을 만들 수 있을 터인데. 이번 주민발의에서 나타난 군민들의 큰 열망이 그런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끼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많은 군민들이 공들여서 주민발의를 한 만큼 합천군은 송구한 마음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지명위원회를 개최하여야 한다. 생명의 숲이 아니어도 좋다. 지명위원회에서 군민들에게 이름을 공모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라. 문군수가 군 의회에서 밝혔듯이 임기 내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법과 절차를 준수하였고 합천군 또한 법과 절차를 준수해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아울러 일해공원을 고수하시고픈 분들께 제안 드린다. 지금처럼 공원이름을 두고 힘과 힘으로 맞서는 것은 합천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고 토론을 통해 타협의 기회가 있다면 찾고자 한다. 토론회, 공청회 어떤 형식이든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갖기를 원한다. 민의를 수렴해야 할 의회가 주관을 하든, 언론사가 되었든 우리는 대화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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