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5-20
이남재(합천평화의집 원장)
초록의 잎과 형형색색의 꽃이 만개한 생동의 계절!
합천이 고향인 부모가 히로시마에서 1945년 8월 피폭을 당하고, 피폭당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폐 기능이 30%밖에 되지 않는 ‘선천성 면역 글로블린 결핍증’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난 고 김형률!
잦은 병치레와 거듭된 생사의 고비를 겪으며 병마와 싸워 온 고 김형률은 아픈 몸을 이끌고 2003년 ‘원폭피해자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사회에 최초로 원폭2세 환우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하고, 원폭피해 2세환우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모든 생을 바쳤다.
‘한국원폭피해자 2세환우회’를 조직하여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대를 이은 피폭의 굴레를 알리기 위해 정부와 국회, 사회단체,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핵없는 세상, 원폭피해자들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절절히 호소하였다.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2세 환우들의 진상규명 및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피해자 실태조사를 위해 애쓰다가 2005년 5월 29일 35세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 이후 원폭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끈질긴 노력으로 19대 국회 후반기인 2016년 5월 ‘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법’이 통과되어, 원폭피해자 1세분들에 대한 지원의 법적근거는 마련되었지만 원폭피해 2,3세는 피해자 대상이 되지 못하고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렇듯 피폭 80여 년이 되도록 피폭의 유전적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1만여 명이 넘는 2세 등 그 후손들은 국가적 차원의 의료지원이나 지원대책이 전무하여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과 피해의 대물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와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피폭 2세 문제를 알려 온 고인의 염원을 되새기며, 아직도 병마에 시달리는 수많은 피폭자와 2세 등 후손들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핵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뜻을 기리는 추모제를 올해 19년째 개최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앞서간 한국원폭피해자 2세분들도 같이 추모하고 있다.
비핵평화를 외치며 꽃잎처럼 스러져간 그리운 님은 돌아오지 않지만 우리의 가슴속에는 해가 거듭될수록 비핵평화를 염원했던 고인의 외침이 씨앗이 되어 비핵평화의 꽃망울로 맺혀 하나씩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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