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7-17
반평생 살아오는 동안 걸음걸이 자국마다
몇 점 남은 기름덩어리 다할 즈음에
빚더미 쌓인 허물 가눌길 없네
한치의 물욕도 탐하지 말고
한줌의 업장도 속이지 말자
우러러 하늘에 손들고 서약한 것
주인 얼굴 뵈옵기 부끄럽구나
산에 오르고프면 앞산이 조아리고
오뉴월 뙤약볕에 눈이 부시면
잠시라도 쉬고 싶어 고개 돌릴 적에
치솟은 회나무 나래펴고 반긴다
오졸촐 자갈 물고 재잘대는 실개천
낯설은 길손 반겨맞는 온정
산은 옛산이라 추억을 더듬어 알아보는데
물은 옛물이 아닌 걸 어이할 거나?
심술궂은 소낙비 추적추적 내리고
신발 끈 움켜잡고 늘어지는 엉겅퀴
심술궂은 손을 벌려 한푼 주고 가야지
갈 길 바쁜 나그네 소매잡고 쉬다가라 하네
대나무로 만든 퉁소 아홉 구멍이
우리 육체를 닮았네
달빛 스며드는 괴목나무 아래서
희야 경아 함께 부르던 친구생각
모두들 떠난 자리 메아리가 외롭다
아름다운 것 사랑한다는 것
정감의 능선을 타고 봄동산을 누볐는데
양볼에 쌍끌이 굴곡 쓸쓸한 풍모엔
설겅이 서둘러라 저녁종이 울린다
일반 평민(平民)보다 더 배우고 교양을 갖췄다
자부하는 중류이상 인물들도
때로는 세류에 휩쓸리고
양심불량 부류에 부화뇌동 말로가 초라한데
천하 절세미인 양귀비도
귓전에 찬서리 내릴 즈음
두고두고 아끼던 백년 친구 '옥거울'
냉큼 끄집어내어 장도리로 박살내고
주변에 얼기설기 만나던 친구도
정이들면 한 식구 한 형제
오가며 만난 인연
와도 그만 가도 그만
미련이 없는 사이라도
다시 한번 챙겨보자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어 불에 던지리라
나는 너희를 회개(悔改)하게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월등하시니
나는 그의 신발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火)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풀것이요
[마;3;10~11]
멀리 떠난 사람은 돌아올 가망이 없지만
너 다시는 안볼끼다
막말하고 떠난 친구는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귀향의 식'이다
지리산 계곡에서 부화된 은어새끼
망망대해 태평양을 누비다가
수백수천 알을 품은 에미 은어
반드시 하동 포구로 돌아온단다
이들은 우주 항공기에 장착된
나침반이나 승용차에 부착하는
네비게이션도 물론 없다
다만 알을 까서 부화될 때부터
조물주의 무궁무진한 조화로
마련된 유산 먼 옛날 태고적부터
내려받은 선물이거늘
함부로 내딛는 발굽에 밟혀 나 죽는다
파닥거리는 미물들 허수히 보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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