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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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정홍 시인 소개-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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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밭으로 가자 (중용 23장을 읽다가)
밭을 갈아 씨 뿌리고 가꾸다 보면 작은 새싹 하나에도 신비를 느끼게 되고
신비를 느끼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지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연과 생명 앞에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고
고마운 마음이 들면 머리가 숙여지고 머리가 숙여지면 ‘사람 마음’ 되찾게 되고
사람 마음 되찾게 되면 여태 가슴에 맺힌 상처가 낫게 되고
가슴에 맺힌 상처가 낫게 되면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고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으면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자, 우리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신비한 밭으로 가자 |
봄에 한 알 곡식 뿌려서 / 가을이면 만 알 곡식 거두네 / 세상에는 노는 땅 한 뼘 없지만 / 농부는 되레 굶주려 죽는구나 // 한낮 무더위에 김을 매니 / 땀방울이 후두둑 땅을 적시네 /누가 알리오 상 위의 쌀 / 한 톨 한 톨이 모두 농민의 땀방울인 것을
당나라 이신(李紳)이 농민들의 아픔을 노래한 시, ‘민농(憫農)’입니다. 농사지어 식량을 만드는 농부를 하늘처럼 여기지는 않더라도, 아무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농부의 아픔을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땀방울이 후두둑 땅을 적시’는 농부들을 국가와 모든 국민이 뜻을 한데 모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합니다. 사람이 먹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까요.
농촌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가 여태까지 누렸던 평범한 일상을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머지않아 우리가 편하게 살려고 함부로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린 갖은 쓰레기와 매연으로 생명의 어머니인 땅이 죽고, 지하수가 죽고, 작은 개울이 죽고, 강과 바다가 죽고, 사람마저 병들어 죽어 가는 칠흑 같은 세상을 보개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부디 자라나는 아이들은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 먹지 않아도 흘러가는 개울물이나 샘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숲이 우거진 마을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오래오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이 지구별에서 사랑하는 벗들과 봄꽃처럼 환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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