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7-05-02
콩밭 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험 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 누나
콩밭 메는 아낙 뒤엔 애기 업은 젊은 색시
보리 이삭줍기에 바쁘다.
1970년 대 초반 울산 공업단지
조용하던 해변 자갈 모래밭엔
밤이 지나 아침이 오도록 우뚝 솟은 굴뚝에선
정제되지 못한 검은 연기 치솟고
포장 되지 않은 울퉁불퉁 신작로엔
너울 춤추는 대형 트럭이 부르릉쿵쿵
엉덩이 흔들며 내 뱉는 고약한 석유 내음새가
길가는 행인 코를 못살게 하는데
내 몰라라 밀려난 구석진 동네 산자락 아래
복산동 동화골 마전 밭에
관공서 회관 벽에 나붙은
서양명화 저녁종 이삭 줍는 여인을 연상케 하는
“밀레” 의 그림 같은 한 장면
30대 초반 여인네 보리이삭을 줍느라 정신이 없는데
등에 업힌 어린 것 젖 달라고 보채는
울음소리가 지나가는 길손 발 검음을 머물게 한다.
하루 종일 흘린 땀 보리 베기 보리타작,
밥상에서도 설움 받고 엉성서런 보리단..
지게 바잘 실린 것보다 보리밭 고랑에
흘린 이삭이 더 많다.
콩밭 메는데 정신 쓰랴
저 여편네 파릇파릇 솟는 어린 콩 밟을까
감시 하랴 잔뜩 신경을 쓰는 얼굴..
그리 정겹고 곱상스런 표정이 아닌데
등에 업힌 어린 것 젖 달라 보채는 앙앙
울음소리에 불현 듯 보살심이 발동 했던지
색씨! 여기 와서 입맛 좀 다시고 하소!
어린애기 젖도 주고.. 어린 것이 참 안됐다,,,
어느새 고부姑婦)간이 된 것처럼...
한참동안 말이 없던 여인
“바깥양반은 뭘 하우?”
“색시는 저래 고생을 하는데.. 회사에?”
눈 언저리에 맺힌 이슬이 대답을 대신하고
젖꼭지 물고 잠든 어린 것 지켜 보느라 대답을
미쳐 못하고 쉴 참 삼아 갖고 온 짠챙이 고구마..
그것도 입가심하라 건네주는 정이 고마워라...
느즈막 달그림자 끌고 퇴근하는 이집 바깥양반
손발도 씻을 틈도 없이 털썩 주저앉으며 하는 말씀..
밥 도오~~~!
햇 미나리 무침 접시 비집고 앉은
수저 옆에 하아얀 밀가루 뒤집어 쓴
“강엿이 시장한 눈을 반긴다.
“이게 먼데?” 내가 어데 얼라가? 강엿 사오게?
“아이...고마 암말 말고 주능기나 잡수소이~”
“뭐 그래 말이 많노?”
금방이라도 달려들 자세다.
“요새같이 잘나가는 울산 바닥에
보리 이삭이 다 뭐꼬?
여기가 어디 여군 훈련소로 아나?“
껍둑 보리 그게 무슨 돈이 될 거라고?
불고기 한 접시 값도 안 될 걸로?
이웃 아줌마들로 부터 빈정대는 소리 듣고
잔뜩 속이 상한 얼굴...
한마디 더 거들다가는 3차 대전
폭발 일보직전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