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3-11
글쓴이 서정홍 시인 소개-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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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한 뙤기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뙤기 논 한 뙤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뙤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
산밭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풀이 서로서로 자리 내주며 살아가고 있어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빛깔과 무늬로, 때가 되면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씨를 맺어요. 농부가 되고 나서야 땅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자기가 살아가는 땅을 ‘내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부모 가르침을 받고, 학교 가서 공부도 가고, 좋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저마다 생각을 가진 인간들은 왜 ‘내 거’를 좋아할까요? 이런 생각이 어디서 들어와 ‘내 생각’으로 자리 잡았을까요? 시 <밭 한 뙤기>를 읽고 난 다음,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1854년)을 두세 번 읽어 보면 좋겠어요. 인터넷에서 금방 찾을 수 있어요. 하늘과 땅과 모든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180도 달라질 거예요. 아래 글은 연설문 가운데 한 부분이에요.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딛고 선 땅이 우리 조상의 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땅을 존경할 수 있도록 그 땅이 우리 종족의 삶들로 충만해 있다고 말해 주라.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그대들의 아이들에게도 땅을 우리 어머니라고 가르쳐 주라. 땅 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들들에게도 닥칠 것이니 그들이 땅에다 침을 뱉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과 같다.” 여러분은 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나요? 고개가 저절로 끄떡여지는가요? “밭 한 뙤기 / 돌멩이 하나라도 / 그건 ‘내’ 것이 아니다. / 온 세상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틈이 나면 아니, 틈을 꼭 내어 인터넷에서 ‘권정생 선생님 유언’도 읽어 보고, 소년소설 <몽실언니>와 그림동화 <강아지똥>도 읽어 보면 좋겠어요. <밭 한 뙤기>란 시를 쓴 분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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