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3-09-18
밥상기도 2
밥을 먹습니다
나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고 싶어서
밥을 먹습니다
농부를 살리고 마을을 살리고 싶어서
밥을 먹습니다
약자를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고 싶어서
밥을 먹습니다
땅을 살리고 후손을 살리고 싶어서
밥을 먹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천천히 천천히 이 밥을 먹고,
생각과 삶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소박하고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내가 나를 섬기듯이
사람과 자연을 섬기며 살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에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어요. 이런 낱말이 신문 1면을 자리 잡고 있어요.
“집중호우, 피해 속출, 농작물 침수, 이상기온, 극한호우, 태풍, 돌풍, 우박, 극심한 가뭄, 폭염, 이상저온, 도로 침수, 주택 침수, 토사 유출, 산불, 강풍, 물폭탄….”
더구나 자연환경이 오염되어 무서운 바이러스와 갖가지 병이 사람을 괴롭히고 있어요. 그래서 몸에 좋다고 하면 무엇이든지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얼른얼른 때우듯이 밥을 먹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요.(도시 직장인들은 밥 먹을 틈도 없이 바쁘다고 해요.)
산골 어르신들은 밥을 고마운 마음으로 천천히 먹지 않고 함부로 먹는 것은 ‘밥’을 모욕하는 것이라 해요. 그래서 밥상 앞에서 드릴 수 있는 기도를, 농부의 마음으로 써보자 싶었어요.
여러분도 <밥상기도>란 주제로 시를 써보면 좋겠어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물어보고 살펴본 다음, 자세히 써보면 더 좋겠어요. 틀림없이 살아 있는 시를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래 글은 학교 급식실 조리사인 권윤숙 씨가, 11회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에 낸 글 가운데 일부분이에요.(2022. 2. 10. 한겨레) 이 글을 읽고도 밥을 함부로 먹는다면 어찌 사람이라 말할 수 있겠어요.
“나는 물 한잔을 다 마시지 않는다. … 일을 시작하면 화장실에 가기 어렵기에 … 우리 다섯 명은 600명이 넘는 학생의 급식을 맡고 있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다. … 1.8리터짜리 식용유 세 통을 솥에 붓고, 물 반죽을 한 고기를 2인1조로 튀겨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로 숨이 턱 막혀온다. … 갑자기 맏언니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땅에 주저앉았다. … 학교에 학생과 교사만 있는 것은 아니고 보이지 않는 저 구석에도 사람이 있다고.”
글쓴이 서정홍 시인
약력: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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