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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 -그리운 맛, 머무는 기억? 짜장생각에서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어릴 적 짜장면은 특별한 날에만 허락된 작은 기쁨이었다. 비 오는 날, 아버지가 손을 잡고 데려가 주시던 중국집. 탁자 위로 스며드는 짜장 소스의 윤기, 후루룩 면을 들이키던 소리, 마지막 한 방울까지 퍼먹던 그릇 속의 추억. 시간이 흘러도 그 맛은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짜장생각’ 앞에 섰다. 한때 합천읍에서 ‘구…
[황강사진관] 눈송이 쌓인 쑥
지난 18일,영상과 영하를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우리 합천에는 하루종일 눈이 왔더랬습니다.3월 중하순에 말입니다.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고, 어찌 이런 3월이 있을 수 있냐는 글들로 나라 곳곳이 온통 시끄러웠습니다. 그야말로 기후위기입니다.어제 그제 가끔씩으로 여겨졌던 현상이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이미 부직포를 걷어내고 봄비에 젖을 준비를 하던 양파, 마늘밭은 냉해 걱정에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수상한 시절에 무심히 돋아난 쑥이 눈송이와 …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8]-바다와 하늘
글쓴이 :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바다와 하늘권정생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 보면아랫바닷물도 파아랗고윗하늘 빛도 파아랗고 누가 먼저 파랬나?누가 나중 닮았나?바다는 하늘을 쳐다보고하늘을 바다를 내려다보고 바닷물을 무거워 가라앉았고하늘은 가벼워 떠올랐나봐 용왕님은 바다 주인옥황님은 하늘 주인 …
[칼럼] 송암 윤한걸의 ‘나는 누구인가’
어느 가장의 후회(後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문을 열었다.아무 대안도 기대도 없는 것을 느끼며권력자는 이틀이 지나도 담화문이 없고메시지도 없이 흘러가는 나라 50대 부부 가장이 11살 14살 초 중생 데리고 한 방안에서 자살해도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며복지 사각지대에 있어도 모르는 나라 매년 공무원 수천 명 뽑아책상머리 지키고 있는 행정이 사람들이 죽어 썩는 냄새 주민 신고로 알았다는 나라 가슴 치고 통곡할 나라이다어쩌자고…
(칼럼) 윤한걸 작가의 어르신 隨想(수상)
아버지라는 직업 지금의 아버지들은 불상하다. 벌써 하루가 다르게 계절은 가을 속으로 접어들고 그 세상을 태워버리듯 강렬하게 내려쬐던 햇볕은 어느새 따뜻한 햇살로 바뀌어 긴소매 옷을 꺼내 입는 계절 새벽녘.창가에 맺힌 이슬방울들은 공기가 매우 쌀쌀해짐을 알려주는데 내 나이가 희수(稀壽)가까이 이르니 세월의 무게를 느끼고 먼 서쪽하늘의 낙조를 되돌려본다. 그런데 내가 본 이 땅의 젊은이들의 실태가 참으로 한심하다 못해 가관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나라의 풍습은 저 멀리 귀양간지 오래고…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7]-그 어둡고 추운, 푸른
글쓴이 :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그 어둡고 추운, 푸른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종종걸음 치던그 어둡고 추운 푸른빛, 지나가던 눈길에끌려나와 아주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쪼글씨고 앉아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 (아, 입이 없는 것들 / 문학과지성사) 요즘은 …
[황강사진관] 까치
긴 겨울,먹잇감을 찾아 헤매던 혹독하고 고단했던 시절을 견디고 힘차게 날개짓을 합니다. 흑백의 날개와 푸른 깃털을 단단히 가다듬고 잿빛 하늘 속으로 날아 오릅니다. 우리 조상들은 까치가 나타나면 기쁜 일이 생기고,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고 믿었습니다.온 나라를 공포와 혼돈속으로 몰아 넣었던 내란수괴에 대한 탄핵심판이 임박했습니다. 까치는 길조(吉鳥)입니다. - 황강신문 편집국
[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 -길 위에서 찾은 탈출구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길 위에서 찾은 탈출구 비가 내린다. 어디로 탈출해야겠다 생각한다. 비를 맞으며 한적한 소리길을 걸었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산채정식을 먹으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나만의 작은 탈출 의식을 거행한다. 내게 여행이란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일은 아니다. 그것은 나를 가두고 있던 세계에서의 탈출이다. …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6]-농부와 두더지
글쓴이 :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농부와 두더지서와 농부는 속상해서두더지 놈들 고구마밭 다 뒤집어 놨네! 두더지는 신이 나서누가 우리 집에 고구마를 가져다 뒀지? 어제는 제법 봄 같은 바람이 불었어요.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농부는 걱정이 많은 직업이에요. 요…
[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 -합천 시장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합천시장입니다. 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손이 가는 대로 그렸습니다.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걸 느낍니다.장날 퇴근 길에 합천 시장을 들렀는데 냉이가 나왔더군요. 봄이 왔어요. 그렇죠. 봄이 온 게 맞죠?찬 바람이 아직 코 끝을 때리는데 어느 새 해가 길어 진 걸 보면 봄이 성큼 다가온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화창한 …
[황강사진관] 잠겨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낮은 곳이라면 지상의그 어디라도 좋다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한 방울도 헛되이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그래, 내가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너를 위해 나를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나의 존재마저 너에게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어느 장삿집 처마밑에 내걸린 펼침막입니다.상업적인 호객 문구로 보아 넘기기엔 너무도 절절한 심정을 담고 있습…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5]-조개껍데기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조개껍데기최종득 바닷가 모래톱자디잘게 부서진조개껍데기 오랜 세월파도에 시달려제 모습을 잃었다. 그래도 제 빛깔은그대로다. 비가 오지 않는 어느 봄날, 감자밭에 물을 주고 있는데 우연히 냉이를 발견했어요. 반가운 마음이 들어, 냉이에도 슬그머니 물을…
[그리기로 되새기는 합천의 오늘] -합천읍, 북카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한해가 시작되었다 했더니 첫 달이 출쩍 지나가 버리고 두번째 달도 두번째 주에 다달았습니다.신문에 연재를 하고 보니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 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 생각은 합천의 곳곳을 열심히 다녀 봐야 겠단 생각을 했는데 현실이 녹녹치 않습니다,주변만 뱅글뱅글 돌게 되네요. 춥다고 밖에서 그림을 잘 안 그리게 되는 상…
[황강사진관] 빛을 보는가? 어둠을 보는가?
미술관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모습을 보면서 한강 작가의 글쓰기 동력이 되어준 질문을 떠올립니다. "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 다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대, 빛을 보고 있는가? 그대, 어둠을 보고 있는가? ' - 황강신문 편집국
[장터마을 청년농부가 보낸 시 선물 4]-눈 위에 쓰는 시
김수연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눈 위에 쓰는 시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아침에 좋은 소식 들으면, 하루 내내 기분이 좋아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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