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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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
우리 집 농산물 송명원
마트에서 파는 수박 값은 안 깍고 그냥 사면서 도로 옆에서 파는 우리 집 수박 값은 자꾸 깎아요.
마트에서 사는 고구마는 포장한 그대로 가져가면서 도로 옆에서 파는 우리 집 고구마는 덤으로 더 달라 해요.
우리 집 수박이 훨씬 싸고 맛있는데 우리 집 고구마가 훨씬 크고 굵은데
길가에서 판다고 공짜로 키운 줄 알아요. |
가을에 고구마를 캐는데, 올해 따라 가을이 너무 바빴어요. 날은 덥고, 비는 자꾸 내리니 가을이 한참을 지각해 버린 거지요. 밀린 가을걷이를 좀 도와달라고 이 동네 저 동네 가릴 것 없이 올 수 있는 사람을 몽땅 불렀어요. 써 본 적 없는 커다란 경운기까지 빌려왔어요. 백 평 남짓 크지 않은 고구마밭이지만, 하루에 다 캐려면 일손이 많이 필요했어요. 면 소재지에서 카페 하는 친구, 딸기 농사짓는 이웃 농부님, 옆 동네 중학교 선생님까지 많은 사람들이 목장갑 끼고 모였어요.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가을날 그 많은 사람들이 허리 한 번 못 피고 일해서 겨우겨우 고구마를 다 캤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전날까지 비가 내렸던 탓에 땅이 다 진흙탕이었거든요. 그 탓에 경운기 뒤로 털려 너와야 할 고구마들이, 줄기와 흙이 엉겨 붙어 경운기에 딸려 갔어요. 고구마에는 생채기가 날 수밖에 없었지요.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지고, 어떤 녀석은 반으로 쪼개지기도 했어요. 어머니는 그런 고구마를 보고,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꾹 눌러 참았다고 해요. 한 해 동안 심고, 덮고, 김맸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갔대요. 약간이라도 고구마에 상처가 나면, 그 고구마는 팔 수가 없어요. 상처 난 고구마는 우리 식구 몫인 거지요. 고구마 캔 다음 날 아침으로 고구마를 쪄 먹었어요. 정말 달고 맛있었어요. 사람들이 맛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몰라 이 맛있는 고구마를 안 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이 말에 자주 공감하는 편이에요. 남들이 모르는 전문 지식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꼭 알아야 할 것을 아는 것만큼 필요한 힘은 없다는 것이죠. 저는 농사를 지으면서 세상에 거저 나오는 것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세상 모든 것에는 ‘애쓰는 마음’이 들어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조금 모난 고구마도, 상처 나고 상한 고구마도 고마운 마음으로 잘 먹을 수 있게 됐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애쓰는 마음을 알게 된다면, 조금 더 너그러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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