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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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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수연

농사를 지으며 든 생각을 글과 노래로 만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가끔 공연 하러 방방곡곡 다닌다.

모자이크

안미옥

힌트 없음 / 현대문학

 

동물원에 개는 없다

아무도 개를 동물원에 두지 않는다

개는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를 안고 동물들의 이름을 외웠다

악어 호랑이 사자 살쾡이 뱀 멧돼지 사마귀 아나콘다 말벌

이름은 무섭지 않다 마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체 없는 것을 눈앞에 두고

무서워하기 내 오랜 버릇

아주 사소한 것으로 생각해보려 한다

잘 되진 않는다

어떤 사람은 평생 같은 말을 반복한다

보던 것만 보고 생각하던 것만 생각한다

펼처진 페이지 위 한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짚고 있는 손가락 때문에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것도 모르고

무섭다

미래를 반복해서 말하니까 미래가 진짜 있는 것 같다

이건 제 삶의 전부입니다

손가락으로 짚은 단어를 두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놀이공원에서 풍선을 놓치고 돌아와

풍선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전부라고 함부로 믿어버리겠지만

매일 밤 손이 저려 잠에서 깨는 건

주먹을 꽉 쥐고 다녔기 때문

다시 잠들지 못하는 건

오랫동안 지속하던 것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

나는 전부라는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세상에는 비밀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모르는 것과, 비밀이 다른 점이 있다면 비밀은 온전한 남의 것이라는 겁니다. 알려주는 만큼만 알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비밀이 가진 특징입니다.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얼마나 많은가요. 우리는 비밀 속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이 즐겁기만 한 일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도 고개를 끄덕여야 합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마음이 비밀 속에 가려져 있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마음이 담겨있는 항아리가 있다면, 뚜껑을 열어 그 속을 훤히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따스한 봄이 왔지만, 이맘때 농부들에게 봄 구경은 사치입니다. 밭과 산을 오가며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갑니다. 밭일을 하고 몸에 흙먼지를 털어놓을 새도 없이 밥을 먹고, 밥을 씹으며 글을 씁니다. 일상을 차례차례 채우던 일들이 이젠 서로 뒤엉켜 데굴데굴 굴러다닙니다.

몸이 스무 개는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서일까요, 바쁠 때는 정말로 내 안에 여러 명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나라면 그냥 넘겼을 일도, 짜증을 부리게 되고 고민하게 되고,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들이 맴돕니다.

그런 나를 볼 때면,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스스로가 선명히 보이지 않습니다. 내 안에도 내가 모르는 내가 있는 겁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니 시인처럼 두려워집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진짜가 아니면 어떡하지? 못난 내 모습을 계속 머릿속에 그리다 보니, 정말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결국 제가 게을렀던 겁니다. 농부가 봄이 오기 전에 생강밭을 마련하듯, 내가 모르는 마음이 늘기 전에 마음이 쉬어 갈 공간을 마련해야 했는데······. 스스로의 비밀을 푸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인이 말하듯 세상은 모자이크로 가득합니다.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을 때.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을 때. 결국 가장 선명하게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뿐입니다. 너무 많은 일상에 두려워질 때는 내가 가진 비밀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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