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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성일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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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정홍 시인 

소개- 가난해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전태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윤봉길농민상을 받았다.

 쌀밥

서정홍

 

 

백 가지 곡식 가운데 쌀이 으뜸이다

죽은 사람 입에 넣어 준다는 쌀

그래서 저승까지 가지고 간다는 쌀

농부들의 정성과 철마다 피는 들꽃들의 숨결과

나비와 벌과 새들의 노래가 있어

온 생명이 다 들어 있다는 쌀

백 가지 약보다 좋고,

먹으면 먹을수록 마음이 고와지고,

이웃을 도울 줄 아는 착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쌀

수천 년 우리 겨레의 목숨을 이어 온 쌀

쌀이 후손들의 목숨을 이어 줄 것이다

 

사람은 쌀로 지은 밥을 나누어 먹어야 한다

온갖 원망과 미움 다 녹이는 밥

흩어진 식구들 한데 모으는 밥

산 사람 죽은 사람 이어 주는 밥

밥을 나누어 먹어 본 사람만이

사람 귀한 줄 알고

깊은 정이 무엇인지 안다

 얼마 전, 인문학 강연 때 도둑에게서도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밤늦도록 일한다. 그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하룻밤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날 밤에 또다시 도전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모든 행동을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낀다. 그는 적은 소득에도 목숨을 건다. 그는 아주 값진 물건도 집착하지 않고 몇 푼의 돈과 바꿀 줄 안다. 그는 시련과 위기를 견뎌낸다. 그런 것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

 

그 일곱 가지 가운데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는 마지막 그 말이 가슴을 쳤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부는 위대한 성직이라며 깊은 생각도 없이 떠벌리고 돌아다니는 내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랫집에 살던 청라 이모’(산골 아이들이 부르는 이름)는 힘든 일로 지쳐 있는 사람을 보면, 토라진 얼굴로 등 돌린 사람을 보면,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뭐라도 나눠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면, 밥을 해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는 산골 어르신들은, 무릎 꿇고 때론 기어 다니면서까지 콩을 심습니다. 돈벌이 따지지 않습니다. 나는 콩은 돈벌이도 안 되고 고생만 한다며 온갖 핑계를 둘러대며 조금만 심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흘이 멀다 하고 콩으로 만든 된장국과 막장과 고추장으로 밥을 먹습니다. 이런 얄팍한 생각으로 어찌 사람 귀한 줄 알고 깊은 정이 무엇인지알 수 있겠습니까? 오늘따라 청라 이모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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