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08-26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음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아침햇살과 안개를 동시에 품은 용주면 죽죽리 화남마을의 다랑논 풍경입니다.
이번호 황강사진관은 이성부 시인(1942~2012)의 <벼>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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