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05-07
전병주 작가 (2018년 어반스케치라는 걸 처음 접하고 오늘까지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합천군사회복지협의회에 근무하고 있어요) |
연둣빛 나무 아래, 오늘의 나를 그리다
해가 빛나는 어느 하루, 평화교 교정에 앉아 연두빛으로 물든 나무에 마음이 간다. 연두 연두로 가득한 나뭇잎들이 하늘을 덮고 있었지만, 그 잎 사이로 청명한 하늘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햇살은 가지 사이를 뚫고 내려와 하얀 벽에 부딪혔고, 나뭇잎의 그림자는 빛을 머금은 듯 반짝였다. 그림자조차도 찬란하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나는 어반스케쳐서 이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날의 공기와 감정까지 담아내려 애쓰며 펜을 움직인다. 마음 같지 않게 펜선은 종종 삐뚤어지고 색을 망설임 끝에 얹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 서툰 손끝으로 나만의 선으로 그리고자 한다. 잘 그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느낀 그대로’를 남기는 일이니까.
4월의 평화교 교정의 나무는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었다. 그 연둣빛 잎들은 봄을 껴안고 있었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자연은 한없이 조용하지만, 가만히 귀 기울이면 오히려 가장 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혹은 글로 남기고 싶다.
비록 아직은 서툴고 더딘 표현일지라도, 나는 계속해서 오늘의 나를 그리고 있다. 그림 한 장, 글 한 줄이 내게 말해준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느낀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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